‘침체’의 늪?…‘다시 듣는’ 온카 슬롯오, 한국도 가능할까 [지금, 온카 슬롯오 시장②]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1.26 11:02  수정 2026.01.26 17:12

호주·영국 등에선 여전히 영향력 큰 온카 슬롯오

'통합 플랫폼'·객관적인 청취율 조사 등 필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3년 발간한 이슈브리프의 ‘100주년 맞은 호주 온카 슬롯오 방송 CRA, 음성 콘텐츠 시장 긍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 주 1회 이상 온카 슬롯오 방송을 듣는 사람은 약 79%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호주 콘텐츠 특화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오디오 콘텐츠가 미디어 소비 시간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선호도가 높다.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한국의 온카 슬롯오 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호주와 영국은 온카 슬롯오 협회를 중심으로 방송 규제 및 정책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또한 한국방송협회 등이 존재하지만, 온카 슬롯오에만 집중하는 호주와 영국과는 달리, 다루는 영역이 광범위하다. 무엇보다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송출되는 한국과는 달리, 호주와 영국은 디지털 방식으로 송출해 청취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즉,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임재윤 MBC 오디오디지털전략담당은 이 같은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숙제로 ‘통합 플랫폼’의 출범을 꼽았다. 물론, MBC는 ‘미니’(Mini), SBS는 ‘고릴라’, KBS는 ‘콩’으로 개별 어플리케이션을 갖추고 있는데, 이러한 개별 전략이 오히려 온카 슬롯오를 향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역시 온카 슬롯오 전문 협회 없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청취자를 만나고 있으나 15년 전 통합 플랫폼 ‘온카 슬롯코’를 통해 청취자들을 적극 겨냥했다. NHK 방송을 포함해 전국 110개국 이상의 온카 슬롯오 방송을 내보낼 만큼 풍성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청취자들의 관심을 유도 중이다.


임 PD는 “온카 슬롯오는 공기처럼 대중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라고 온카 슬롯오 프로그램의 특징을 짚으며, 이에 통합 플랫폼 등의 도구를 통해 우선은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KBS·MBC·SBS·EBS·CBS 등 5개 방송사는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통합 플랫폼 연구반을 구성했다. 이에 참여했던 임 PD는 “온카 슬롯오의 공적인 역할을 감안해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하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다. 이미 방송사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수준으로 적자를 감안하고 온카 슬롯오 프로그램을 제작 중이다. 통합 플랫폼 마저 지금 이뤄지지 못하면, 온카 슬롯오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플랫폼을 ‘적절하게’ 활용하며 더 많은 청취자를 아우르는 노력도 있었다. 클래식 전문 프로그램 ‘클래식 FM’의 현인철 PD 또한 “우리 프로그램만의 결을 살리기 위해 선곡에도 신경을 쓰며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무미건조한 색깔 위에 색조를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숏폼, 스트리밍 등 모든 포맷을 빨아들이는 유튜브 플랫폼도 활용 중이다. 영상을 보기도 하지만, 영상을 틀어놓고 들으시는 분들도 많다. 물리적인 수신기가 있어야만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스마트 TV를 이용해 온카 슬롯오를 듣는 신규 유입자도 있다. 유튜브는 새로운 온카 슬롯오, 새로운 수상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는 어떤 노력이 통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프로그램의 개성을 부각하며 온카 슬롯오의 장점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KBS 온카 슬롯오프로그 ‘이본의 라라랜드’의 윤성현 PD는 “새로운 시도를 통한 돌파도 필요하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는 어떤 노력이 통할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지금 프로그램을 사랑해 주는 청취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대중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 분위기가 짙어 보이는 온카 슬롯오지만, 들여다보면 온카 슬롯오를 원하는 대중들은 많다고 말한 PD들은 광고주들을 비롯해 시청자들이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취율 조사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무작위 전화를 통해 수집하는 지금의 조사 방식으로는 구멍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임 PD는 호주에서는 방송 청취는 물론, 온카 슬롯오 스트리밍과 팟캐스트 등 디지털 오디오 소비 패턴 또한 함께 조사한 결과를 선보이고 있다며 “온카 슬롯오의 광고 매출은 전성기와 비교했을 때 ‘3분의 1’도 안되지만, 청취자 숫자만 놓고 봤을 때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아침 방송의 경우 ‘미니’ 동시접속자 수가 2~3만명 정도가 되는데, 미니는 청취 비중이 20% 정도다. 그 외 방식으로 청취하는 청취자들까지 고려하면 결코 청취자 숫자가 적지 않다”며 “그럼에도 정량화된 결과치가 없어 광고주들에겐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못한다”고 짚었다.


현 PD 또한 ‘스마트워치’라는 특수 기기를 도입, 착용자가 듣는 온카 슬롯오 방송의 오디오를 감지하는 호주의 사례를 예로 들며 객관적인 데이터 확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정확한 결과가 있으면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이 올 수 있다. 이로 인해 제작자 대응 질이 달라지며 프로그램의 질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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