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슬롯사이트의힘 원내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슬롯사이트의힘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비상임위원 선출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국회는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와 우인식 법률사무소 헤아림 변호사를 각각 국가인권위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으로 선출하는 안건을 무기명 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이 위원 선출안은 총투표수 270표 중 찬성 99표, 반대 168표, 기권 3표로, 우 위원 선출안의 경우 총투표수 270표 중 찬성 99표, 반대 166표, 기권 5표로 각각 부결됐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론 없이 자율투표를 진행했다. 그러나 본회의 직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서미화 의원은 "슬롯사이트의힘에서 후보를 낸 분이 반민권·반민주적인 내란 옹호세력"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민주당은 의총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강경보수 성향의 교수 단체인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회원이며 보수 기독교단체인 '복음법률가회' 실행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력이 있어 친여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난이 나왔다.

우 변호사는 탄핵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안 기각을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방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광우 전 대통령경호처 경호본부장의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고, 2019년에는 불법집회 혐의로 수사 중이었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변호한 이력으로 논란이 됐다.

유상범 슬롯사이트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선출안 부결 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정당 추천은 각 당이 자율적으로 후보를 추천하는 기회를 부여하는 하나의 국회 정신"이라며 "이를 민주당이 본인들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사상을 검열하고 그 사람에 대해 매도하고 왜곡해서 부결시키면 대한민국 인권이 좋아지느냐"고 반발했다.

앞서 슬롯사이트의힘은 지난달 지영준·박형명 변호사를 인권위원 후보자로 추천했지만, 이들이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추천을 철회한 바 있다.

한편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권위원 추천 단계부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차제에 추천 단계부터 고려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여당에서 제시하는 게 어떨까 생각해봤다"며 "(슬롯사이트의힘에서) 내란을 옹호하는 사람을 몇 번을 추천하더라도 횟수에 관계없이 신중하고 진지하게 검토해 가결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