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굳힌' 슬롯·'후반 반전' 박찬대…깜깜이 막판, 신경전 과열

김찬주 기자 (chan7200@kestrelet.com)

입력 2025.07.29 04:15  수정 2025.07.29 04:15

같은 듯 다른 '8·2 전대' 대표 슬롯들

鄭·朴, '대야공세' '당심확보' 공통점

내년 지방선거 '공천방식' 놓고 대립

朴 "선거 당일 '골든 크로스'" 기대

슬롯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TV토론회 시작 전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슬롯사이트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를 닷새 앞두고 그간 '원팀'을 외치던 슬롯·박찬대 후보(기호순)의 기싸움이 뜨겁다.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투표에서 승기를 먼저 거머쥔 정 후보는 '굳히기'에, 박 후보는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전국적 폭우 피해로 내달 2일 '원샷 선거'를 치르기로 하면서 최대 승부처인 호남과 수도권 순회 경선이 생략된 깜깜이 선거 기간 가운데,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한 슬롯들의 직·간접적 신경전도 거세지는 모양새다.


28일 여권에 따르면 두 슬롯는 오는 29일 전당대회 전 마지막 TV토론회와 이번 주말로 예정된 본선을 앞두고 권리당원 맞춤형 공약과 대야(對野) 공세에 나서며 선명성 경쟁에 한창이다. 현재까지 대결구도를 보면 정 슬롯는 줄곧 '투쟁'을, 선거 초 협치 대표를 표방하던 박 슬롯는 막판 '초강수'를 통한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실제 박 슬롯는 최근 사법부와 국민의힘을 겨냥한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며 당심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극우세력들의 광란의 칼춤 뒤에는 전광훈의 선동이 있었다"며 "내란 특검은 내란 선동 혐의에 대해 전광훈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박 슬롯는 이보다 앞서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시도를 막은 국민의힘 의원 45명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들에 대한 제명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했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담은 내란특별법 등을 발의하며 대야 공세를 펼치고 있다.


기세를 몰아 선거 당일 권리당원들이 정 슬롯가 아닌 자신에 대한 표를 던져 역전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슬롯는 기자들과 만나 "120만명의 권리당원 중 20만명 정도가 지난 (충청·영남권 투표) 경선에 참여했고, 이는 (권리당원의) 10% 안팎의 투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주 정도 지난 현재 90% 투표가 남아있기 때문에 정 슬롯와 비교되는 나의 강점을 충분히 홍보하면 역전 뿐만 아니라 넉넉한 승리도 가능하다"며 "깜깜이 선거 기간 중에서 '골든 크로스'도 가능하다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주 토요일 전당대회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나아가 박 슬롯는 정 슬롯보다 당내 조직력에서 우세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의원 표심에도 공을 들일 방침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박 슬롯를 지지한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실과 원만한 관계를 꾸리고, 중도까지 당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정 슬롯보다 박 슬롯가 노련하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리당원보다 대의원들의 표 비율이 4배 가량 낮지만, 박 슬롯가 대의원 표심을 확보할 경우 결과는 예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일반 여론조사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는 권리당원 55%, 대의원 15%, 일반 여론조사 30%를 합산해 선출한다.


슬롯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TV토론회 시작 전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슬롯사이트 홍금표 기자

정 슬롯는 경선 초반부터 박 슬롯에 비해 일찌감치 강성 당원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사법부와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에 열을 올려 왔다. 그는 28일 법관평가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법관평가위원회를 신설해 법관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를 인사에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란 혐의를 받고 구속된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를 내란 동조 세력으로 규정, 사법부 안의 내란 세력 척결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정 슬롯는 "지 판사 등 내란 동조 세력이 여전히 재판부 내에 존재하고 있는 만큼 신속히 사법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검찰개혁·사법개혁·언론개혁은 임기 초 3개월 안에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겨냥해 국회가 위헌 정당 해산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발의했고, 검사도 징계로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찰개혁 4법'을 잇따라 내놨다.


특히 당대표에 주어지는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에 대해서는 평당원을 임명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앞서 정 슬롯는 페이스북에 "일주일 전에 약속했다.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중 1명은 평당원으로 하겠다"며 "관심 있는 분들은 미리 자기소개서·프리젠테이션 등을 준비해 두면 좋겠다"고 적었다.


박찬대, 슬롯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TV토론회 시작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슬롯사이트 홍금표 기자

이처럼 두 슬롯가 권리당원을 향한 표심 구애와 대야 공세에 있어 대체적으로 뜻을 같이 하거나, 필요시 우회적 견제에 나서는 한편 토론회 직후엔 SNS상의 원격 대립을 보이기도 했다. 당대표 권한인 내년 지방선거 공천 개혁안을 놓고 각을 세운 것이다.


박 슬롯는 전날 페이스북에 최근 정 슬롯가 제안한 '노컷(공천배제 없는) 당대표가 되겠다'는 발언을 겨냥, "컷오프를 폐지하면 퇴출 대상자들만 환호한다"며 "'노컷'은 말장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정 슬롯는 페이스북에 "무자격자, 퇴출 대상자는 슬롯자 검증위원회에서 (사전에) 걸러지기 때문에 (그들이) 환호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무자격자를 현혹할 의도는 없다"고 맞받았다.


한편 두 슬롯는 오는 29일 전당대회 전 마지막 TV토론회에서 맞붙는다. 권리당원과 대의원 등 당심 확보가 관건인 이번 선거에서 정 슬롯가 초반 우세를 유지할 수 있을 지, 박 슬롯가 극적인 막판 역전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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