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율 관세' 카드 만지작…불확실성 고조
中, AI 칩 자립화 속도…엔비디아 제재 강화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진행된 한중 양자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
한국 온라인 슬롯 업계가 미·중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서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온라인 슬롯에 대한 '고율 관세'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중국 정부가 자국 빅테크 기업들에게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중단을 지시하면서 업계가 '이중고'에 직면했다.
18일 업계 및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를 포함한 자국 온라인 슬롯들에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신형 저사양 칩 'RTX 6000D'의 테스트와 주문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FT는 최근 CAC가 자국 온라인 슬롯 기술 수준이 엔비디아와 최소 동등하다고 판단하며, 자립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 이번 조치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이미 중국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자체 설계한 AI 칩을 활용해 AI 모델 훈련을 진행 중이다.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이들의 자체 칩이 이미 엔비디아의 H20과 온라인 슬롯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 규제에 대응해 개발한 중국 맞춤형 저사양 칩이다.
엔비디아는 그간 중국 시장을 겨냥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H20, RTX 6000D 등의 모델 공급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H20은 올해 4월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 강화로 수출이 금지됐다가, 7월 수출 재개가 허용됐으나 아직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번 CAC 조치로 RTX 6000D까지 차단되면, 엔비디아의 중국 판매는 사실상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커진다.
문제는 한국 온라인 슬롯들이 이 GPU 생산 과정에 깊숙이 얽혀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중국의 구매 중단이 곧바로 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H20은 SK하이닉스의 HBM3E가 대거 탑재되고, RTX 6000D는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GDDR 메모리가 사용된다.
중국은 전 세계 AI GPU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수요처다. 중국 시장이 흔들리면 엔비디아뿐 아니라 메모리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까지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미국발 악재까지 겹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동차(25%)보다 높은 관세를 온라인 슬롯에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온라인 슬롯를 겨냥한 보호무역 강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한국 온라인 슬롯는 '최혜국 대우(MFN)'를 명문화하지 못해 고율 관세 적용의 여지가 남아 있다. 트럼프가 고율 관세를 결심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중국 리스크에 이어 미국 시장에서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온라인 슬롯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품목이자 대미 수출품 중에서도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실제로 온라인 슬롯에 상호관세율(15%)을 훌쩍 뛰어넘는 100%의 고관세가 적용될 경우 국내 생산 제품의 이익률이 현저히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리스크와 미국 리스크가 동시에 부상하면서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며 "우려가 현실이 되면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온라인 슬롯학과 교수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들은 메모리 선두 기업들이지만, 그 지위만큼 타격도 가장 클 것"이라며 "두 패권국의 압박에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진 것 같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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